갤러리 무모는 ‘Future Artist with MUMO’ 세번째 기획전으로 ‘김홍성 서울 개인전’, ‘만져진 흔적의 지도’를 진행한다.
김홍성작가는 인간의 살갗과 가로수의 표피에서 발버둥치며 재생한 생명체의 저항과 수용의 흔적, 존재로서 삶의 분투들을 탐구하며 시각화한다. 이 흔적들은 결국 외부의 자극임과 동시에 내면의 방어 기제이며 이 끊이지 않는 순환은 결국 변화하지 않으면 생존할 수 없는 위기감을 드러내고 있다. 또한 몇 년간 작업해왔던 ‘도시인’ 연작에서는 이방인으로서의 삶이 가진 절충적 삶의 태도와 홀로 서야 하는 기나긴 시간의 외로움을 형상화했다. 계획적으로 놓여진 도시 속에서 이방인으로 ‘심어진 나’ 와 같은 모습을 발견해내는 작가의 고민의 흔적을 따라 우리 삶의 모습을 공감할 수 있을 것이며, 김홍성 작가만의 매우 섬세하고 독특한 동양화로 펼쳐친 작품세계를 감상할 수 있다.
이번 전시에서는 완전체로서의 ‘거인의 피부’ 연작을 처음 발표하며, 서울 송파구 갤러리 무모(Gallery MUMO) 제1전시실에서 기존 작업해왔던 ‘도시인’을, 제2전시실에서 ‘거인의 피부’를 주제로 2025년 1월 11일부터 2025년 2월 9일까지 진행한다.
김홍성작가는 홍익대학교 동양학과와 홍익대학교 시각디자인 대학원에서 석사 학위를 취득했으며, 현재 서울대학교 동양화 박사과정에 있다, 2015년부터 여러 개인전 및 그룹전을 진행해왔으며, 최근에는 ‘거인의 피부’ 연작을 진행하고 있다.
[작가의 말]
올해 봄, 길거리에 가지 친 양버즘나무가 유난히 많이 보였다. 가지치기를 당한 가로수의 표피에서 발버둥치며 재생한, 기괴한 생명체의 저항과 수용의 흔적이 고스란히 보였다.
나무 껍질에서 보이는 온도반응과 생명력을 관찰하며, 나는 외부의 자극으로 부터 발생하는 방어기제를 통해 튼실한 몸을 만들려 하는 나의 내면의 애씀과 닮은 점을 발견하고 깊게 공감했다. 그래서 생명체의 내면에서 일어나는 변화를 이야기하기 위해 양버즘나무의 표피를 그리며 저항성과 생명력을 표현하고 그 관찰의 시선을 내 피부로 다시 한번 옮긴다.
살을 만들어내고 그리는 작업은 위기감이나 도태감을 이겨내고 과거의 자신보다 성숙해지려는, 보이지 않는 분투들을 찾는 과정이다. 한지 위에 살을 그리며 붓으로 살결을 지나치듯 자극하는, 지독히도 개인적인 작품의 내면과 마주하는 방법이다. 한지를 피부결처럼 표현하기 위해 섬유를 일으키고 윤기와 질감을 더하는 과정을 통해 삶의 분투를 수행하는 존재를 산파한다. 그리고 그 존재의 살 위에 흔적을 남기며 삶의 분투들을 시각화한다.
이 살의 흔적들은 결국 외부의 자극임과 동시에 내면의 방어기제이며 이 끊이지 않는 순환은 결국 변화하지 않으면 생존할 수 없는 위기감을 담고 있다.
나의 작업은 외부의 자극으로 인한 피부 흔적을 소재로 한다. 몸에서 피부는 외부와 내부를 연결하는 사이에 놓여 있다. 피부는 외부로부터 자극을 받기도 하고 내부에서 일어나는 변화를 밖으로 표출하기도 한다. 그렇기 때문에 눈에 보이는 살의 흔적들은 사회를 마주하는 개인의 역사이기도 하면서 자신 내면에서 작동하는 방어기제의 흔적이기도 하다.
[평론]
김홍성 작가의 <도시> 시리즈는 작가 본인과 도시를 포함하고 있는 공간의 관계에 대한 궁극적인 물음이다.
김홍성은 수묵담채로 그냥 무심코 지나치는 일상적인 풍경을 창문에 서서, 건물 사이사이로 틈과 틈 사이에 드러나는 도시의 풍경을 흑백으로 담백하게 표현한다.
주변에서 늘 마주치는 풍경들을 바라보고 사생하며, 도시를 바라보며 느낀 감정을 서사의 방식을 통해 수묵으로 기록하고 있다. 그리고 충실히 담아낸 화면 속에 보이는 풍경들은 그의 삶 속에 관찰되는 대상과 대상에 투영된 작가의 사유를 보여준다. 그가 도시와 마주 서서 바라봤을 때의 감정을 공유하고자 도시가 가지고 있는 구조와 공간에 주목함으로써, 작가의 시각으로 바라본 도시의 공간과 시간에 서로 관계를 엮고 있다.
또한 그는 지금까지 해왔던 대로 담담하게 바라보는 기억과 풍경을 그리고 있다. 일상의 삶 속에서 반복적으로 보여 무심코 놓치기 쉬운 것들과 교감하며 그의 마음에 담겨있는 시선을 얹는다. 때문에, 화면에 보이는 듯한 이미지는 작가 본인의 초상화인 듯 보이기도 한다. 공간적, 시간적 틈을 통해 보여지는 화면은 대상과의 교감으로 드러난 것뿐만 아니라 작가 본인의 기억도 보인다. 그래서 화면에 드러난 것들은 은근한 목소리로 우리에게 말을 걸어오고 있다. 그저 오늘의 안부와 내일의 안녕을 묻고 날씨와 삶의 나긋나긋한 이야기이다.
결국 김홍성의 <도시> 연작은 작가 본인이 삶을 바라보는 이야기를 남에게 이야기해주는 서사적인 작업이다.
문성돈 _동방시각예술연구소 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