갤러리 무모는 ‘Future Artist with MUMO’ 두번째 기획전으로 ‘김철환 서울 개인전’, ‘근원적 행위자를 위한 배상’을 진행한다.
김철환작가는 생산의 산물이 아닌, 존재와 변화에 대한 성찰을 위한 매개체로서 인간이 만들어내는 부산물과 다양한 물성의 실험을 통해 작품 활동을 이어오고 있으며, 생산 과정에 대한 깊은 사색과 원형의 복원을 위해 독창적인 작품을 만들어내는 근원적 행위를 탐구해 내고 있다. 문명과 기후의 위기, 배금주의의 획일화된 사회화 과정에서 잃어버린 신중함과 반성의 성찰을 통해 우리는 조그마한 배상의 시간을 가질 수 있을 것이다.
서울 송파구 갤러리 무모(Gallery MUMO) 제1전시실에서 신작 ‘명오’시리즈를, 제2전시실에서 '바르게 사용하기 프로젝트'를 2024년 11월 30일부터 2024년 12월 29일까지 진행한다.
김철환작가는 동아대학교 예술대학에서 조소를 전공하였으며, 고양문화재단, 아르코미술관, 송은 갤러리, 문신 미술관, 부천문화재단 등 많은 프로젝트에 선정되었고, 대구예술발전소, 테미예술창작센터 등 여러 레지던시에서 작업하였다. 2008년부터 송은갤러리, 고양 아람누리 미술관, 문신미술관, 바우지움 미술관 등에서 여러 개인전 및 그룹전을 개최하였으며 최근에는 ‘명오’시리즈를 이어오고 있다.
작가의 말
신중함과 반성은 종종 창조와 생산이라는 목적에 가려져 부차적인 것으로 취급됩니다. 저는 작품을 통해 우리의 신체와 관련된 가장 기본적인 요소들을 다시 들여다보고, 그 과정에서 우리가 잃어버린 신중함과 반성의 가치를 찾고자 합니다.
행동은 자기 성찰과 타자와의 관계 속에서 발생하는데, 이는 우리 존재를 완전히 이해하는 과정에서 반드시 필요한 부분입니다. 제 작품은 바로 이 "행동"의 차원에서 출발합니다. 신체 부산물은 단순한 '생산'의 산물이 아니라, 우리의 존재에 대한 성찰을 요구하는 매개체입니다. 저는 창조와 생산의 이면에 있는 반성의 과정에 집중하고자 했습니다.
작품의 상징적인 숫자 '12' 역시 순환성과 반복성을 나타냅니다. 이는 우리가 끊임없이 창조와 소멸을 반복하는 존재임을 상징하며, 인간의 행위가 본질적으로 사이클 안에서 이루어진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인간의 활동은 단순히 생산적인 것에 머물지 않고, 그 과정에서 이루어지는 성찰을 통해 비로소 의미를 갖게 됩니다.
결국, 제 작품은 인간의 존재를 형성하는 과정에서 배제되고 억압된 요소들을 재조명함으로써, 우리가 교육과 사회화 과정에서 상실한 신중함과 반성의 가치를 다시 한번 성찰하게 만듭니다. 이 작품을 통해 관객이 자신의 경계를 다시 보고, 자아와 세계 사이에서 더 깊이 있는 성찰을 하게 되기를 바랍니다.
[평론]
인체 작업으로부터 시작하는 조각은 지상에 우뚝 선 세계의 중심이자 만물의 척도인 인간을 중심으로 한다. 그것은 미술사의 중심을 이루어 온 누드의 역사에서 여실이 보여 진다. 그러나 김철환이 관심을 가지는 것은 중심이 아니라, 주변부이다. 인체가 아니라 인체에서 나오는 부산물이다. 그것들은 몸의 경계를 가로지르는 비천(abject)한 오염(defilment)물이다. 나오자마자 폐기되어야 할 부산물은 일일이 수집되어 고풍스러운 장식장에 고이 간직되고 전시된다. 스스로 설 수 없는 나머지 것들은 프레임화 된다. 그것은 경계에 서 있는 예술이다. 그러한 작업의 시작은 밤샘작업 후 향긋한 비누 냄새가 풍기는 욕실 안에 들어온 자신의 악취였다. 조각가로서의 그는 아카데믹한 인체에 한계를 느꼈을 뿐 아니라, 그 스스로도 한계선상에 서 있음을 자각했다. 이후에 자신이 만들어내는 모든 산물을 작품으로 승화(?)시켰다. 그것은 창조에 관련된 낭만주의 신화의 역전이라 할 만하다. 그의 작품은 인간이 폐기물로 변하는 과정을 기념하는 반(反)기념비적 작품이다. 인체 부산물을 이용하여 우주의 풍경을 연출한 작품은 인간의 시간과 우주의 시간을 대조한다. 거대한 우주의 시공간 속에서 먼지에 지나지 않는 인간 존재는 미미하다. 그의 작품에서는 모든 것이 바람에 날려 사라져 버린다.
-이선영(미술평론가)